칼럼

민명기 칼럼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창 밖에는 지난 월요일 워싱턴 주 각급 학교들의 문을 닫게 만든, 또는 내일도 아이들이 학교엘 못 가게 만들지도 모르는 눈발이 제법 굵게 내린다. 오늘 저녁에도 잠을 설치며 창문에 쳐진 커튼을 수시로 열어 보는 꼬마들의 조바심과 직장이나 사업에 미치는 눈의 영향을 걱정하며 조금은 짜증스런 부모들의 근심이 묘한 긴장을 자아낼 것이다. 지금은 집을 떠나 동부에 사는 아이들이 잠을 자다 말고 부시시 일어나 눈을 부비며, “아빠 지금도 눈이 와요?” 또는 “아직 내일 학교가 클로우즈된다는 발표가 없나요?” 묻다 말고 다시 잠에 떨어 지는 장면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필자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핀다. 시애틀에서는 일년에 한번 쯤 있는 일이니 큰 지장이 없다면 아이들과 눈이 온 정원에서 눈사람을 만드시던지, 아이들을 썰매에 태우고 집 주변을 산책해 보시라. 지난 한 해 동안 수고한 자신과 자녀들에게 주는 상이요 휴가라 생각하시고 현재의 시간을 즐기시라. ‘왠 속 편한 생각이냐’고 하실 분도 있으리라. 하지만, 대학도 졸업한 아이가 “아빠, 왜 내가 삼학년 때, 눈 온 날 밤 늦게 우리가 잠이 안 온다니까, 썰매에 누나랑 날 매달고 근처의 세이프 웨이에 장보러 간 것이 아직도 생각나요”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회상에 잠긴다는 것을 생각해 보시라.  지금 당장의 편리함이나 이익보다는 의미있고 행복한 미래를 위해 투자하시라.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뉴욕 타임즈가 “현재 서방 세계에서 가장 대중에게 영향력이 큰 지성”이라고 극찬한 조던 피터슨 교수가 펴낸 “12가지 삶의 법칙 (12 Rules for Life: An Antidote to Chaos)”중의 일곱번째 장인 “편하고 이기적인 것이 아닌, 의미있는 무언가를 추구하세요 [Pursue what is meaningful (not what is expedient)]”가 떠오른다.

 

     피터슨 교수의 일곱번째 챕터는 자기 계발서 답게, 우리 삶의 태도에 대해 일면 평범하고 원론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뻔한 결론에 이르는 그의 방식은 다른 이들의 것과 차별화 된다. 피터슨 교수는 신화와 성서에 관한 그의 해박한 지식과 독특한 사유를 통해, ‘의미 있음’과 ‘편리함’의 차이를 밝힌다. 영어의 의미(Meaning)을 단순히 ‘의미’로 번역한다면, 저자의 진의를 그대로 표현하기에는 좀 부족해 보인다. 아마도 ‘(삶에서 선한) 목적을 추구하는 태도’ 정도가 좋을 것이다. ‘편리함’, 역시 ‘(근원적인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는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대로, 정치적으로 옳게 자신의 행보를 결정함으로서) 유익을 추구하는 태도’로 부연해 설명하는 것이 필자의 주장을 바르게 전달한다. 즉, 선한 목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도록 노력하라는 말이리라.  여기에서 선한 목적을 갖는다는 것은,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더 좋은(예를 들어 기독교에서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방향으로 개선하려는 마음을 자신의 사고 가치 체계의 가장 윗쪽에 두고 살아가며, 그에 따라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피터슨 교수가 예화로 든 것은 아니지만, 전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월터 미셸 교수의 ‘머쉬멜로 테스트’와 기본적으로 맥을 같이 한다 하겠다. 즉, 어린 아이들에게 머쉬멜로 한 개를 접시에 담아 주면서, 15분 후에 돌아 올 때까지 먹지 않고 참으면 하나를 더 주지만, 먹고 싶은 욕구를 견딜 수 없다면 먹어도 상관 없다고 한다. 어떤 아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냥 먹어 버리는 가하면, 다른 아이들은 몸을 비틀면서라도 참고 기다려 두 개의 머쉬멜로를 받아 먹게 된다. 이 연구가 행해 진지 30년 후에, 그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더 나은 것을 위해 기다리며 참는 태도를 보였던 아이들이 나중에 보니 인생에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렇게 더 좋은 미래를 위해 욕구의 충족을 미래의 시점으로 미루는 것이 아주 쉽고 단순한 의미에서 피터슨 교수의 주장과 통한다 할 수 있다.     

 

     이렇듯,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통과 어려움을 참고 견디라는 정말 평범하고 일견 진부하기까지 한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한 학생이 잔뜩 걱정이 깃든 얼굴 표정의 어머님과 함께 필자의 사무실을 찾았다. “저는 왜 공부를 해야하고 꼭 대학엘 가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자신이 있는 건 아니지만, 꽤 단호한 목소리이다. 그러나 그 단호함은 공부나 대학 대신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대목에 이르며 힘을 잃기 시작한다. 더 나아가 게으름이나 의지 없음이 공부하기 싫음의 이유라는 것을 고백하며 고개를 숙인다. 이 대목에서 피터슨 교수의 조언과 미쉘 교수의 ‘머쉬멜로 테스트’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 해 주었다. 이 녀석, 너무 진부한 이야기였지만, 다행스럽게 “올 핸 한 번 잘해 볼께요”라며 심각하고 긍정적으로 나온다. 우리 아이들이 모두 올 해는 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의미있는 삶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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