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민명기 칼럼



     보통 필자가 퇴근할 무렵의 520 다리는 참 복잡하다. 도로 사용 요금을 꽤 비싸게 내는 유료 도로인데도 웬 차들이 이리도 많은지 (참고로, 퇴근 시간인 오후 3시부터 5시59분까지 패스가 없는 경우 6불30전). 그런데, 오늘은 월요일이고 퇴근 시간이 조금 지나서인지 제법 막히는 곳이 별로 없이 술술 뚫린다. 가슴이 탁 트이는 호수 위의 다리를 지나노라니 절경 보기 삼매경에 빠져 든다. 레이크 워싱턴 호수를 가로지른 다리를 따라 만들어진 갓길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하는 남녀노소를 바라 보며 잠시(?) 운전에 소홀했더니, 옆 차선으로 지나가는 험상궂지도 않은 평범한 모습의 한 아저씨 경적을 울리며 손가락을 들어 화난 마음을 과다하게 표하며 내 앞을 쌩하니 가로질러 간다. 시애틀에 사는 재미의 노른 자위를 맛보다가 그만 그 뜨거움에 혀를 델 뻔했다. 좀 상한 마음을 가다듬으며, 언젠가 들은 휴스턴 레이크 우드 교회의 담임인 조엘 오스틴 목사님의 설교를 떠올린다.

 

     “야! 이 XXX야. 아니 도대체 눈은 뒀다가 뭐하는거야. 큰일 날뻔 했잖아. 촌스런 저런 인간들 때문에 내가 맨하탄에서 맘 놓고 운전을 못한다니까. 정말 재수가 없으려니까, 벼라별 인간들이 내 앞을 막아요, 글쎄.”

 

     어떤 분이 택시를 타고 뉴욕 시내를 가다가 당한 경험. 어떤 덤프 트럭이 갑자기 차선을 바꾸다가 그가 탄 택시를 거의 박살을 낼 뻔 했다. 과장을 하자면 생명의 위협을 느낀 순간. 분명히 잘못을 한 그 트럭 기사 아저씨.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미안한 마음을 거꾸로 표현하는 것인지, 온갖 거친 삿대질을 섞어 한 바탕 욕설을 퍼부어 댄다. 택시 기사 양반, 그 까닭없이 화를 내는 인사를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손을 흔들며 미소를 한, 두 방 가볍게 날려 준다. 마치 무하마드 알리가 성난 꼬뿔소처럼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상대방에게 벌처럼 잽을 날리듯. 그리곤, 나비처럼 사뿐히 자리를 뜬다.

 

     달리는 차속에서 물었단다. “아니 잘못은 저 사람이 했는데, 왜 그냥 웃기만 하셨어요?” 보기에도 온화해 보이는 이 분의 말: “모든 사람의 마음은 무엇인가를 담는 짐차와도 같아요. 많은 경우에…쓰레기 덤프 트럭처럼요. 쓰레기 트럭은 쓰레기가 가득 차면, 그것을 쏟아 버려야 해요.” 가정에서 친구와의 관계에서 직장에서 쌓인 정신적 피로의 찌꺼기들, 직장 상사의 꾸짖음이 구겨진 종이처럼 쌓이고, 옆의 사람이 아무 생각없이 버린 담배 꽁초와도 같은 쓰디쓴 가십의 토막난 잔재들이 모여 더 이상 마음에 담아둘 여유가 없어질 때, 우리는 그것들을 쏟아 퍼부을 대상이 필요한 거라는 이야기였다.

 

     이쯤 들으면, 머리가 어느 정도 돌아가는 분이라면 그 뒷 말이 머리속에 그려질 것이다. 자신의 마음에 온갖 쓰레기가 가득찬 어떤 사람이 자신의 마음에 가득찬 원망, 절망, 실패와 회한의 쓰레기를 쏟아 버릴 때, 그야말로 운이 없게도 내가 그의 옆에 우연히라도 있게 되어 쓰레기를 쏟아 부을 대상이 되었을 때, 그것을 받아 내 마음에 담으면 나도 쓰레기 트럭이 된다. 그리고 그것이 마음에 가득차면 어딘가 버릴 곳을 찾게 되고, 기회를 만나면 그 대상이 아내이든 자식이든, 친구이든 동료이든, 길거리의 모르는 사람에게든 거침없이 쏟아 버리는 것이리라.  하지만, 위의 그 택시 기사 아저씨 왈: “내가 왜 그런 것에 말려 들겠어요? 나는 그 냄새나는 쓰레기를 받아들일 마음이 전혀 없어요. 그러니 웃으며 지나가는 것이지요.” 잘 나가는 칼럼니스트인 데이빗 폴레이가 출간한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  ‘쓰레기 트럭의 법칙 (The Law of the Garbage Truck)’이 탄생하도록 도운 촉매제 경험이다.

 

     우리 자녀들을 교육하며 내 자신의 자녀들과의 경험에서 또는 필자가 교육의 일터에서 경험한 일들을 돌아 보니 위의 법칙이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적용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직장이나 사업터에서, 교회에서 가정에서, 쓰레기처럼 쌓인 울화, 절망, 꼬인 마음에서 오는 미움과 시기심이 괜스레 아무 잘못없는 자녀들에게, 아내에게 퍼부어진 뒤에 잘못했음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큰 아이는 작은 아이에게 쓰레기의 퍼부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양은 늘어나고 점점 냄새가 지독해 진다. 시간이 지나며 이 퍼부음은 가정의 울타리를 넘어 시부모님에게로, 장인 장모님께로 향하는가 하면, 이곳 저곳의 관계가 있는 사람을 거쳐 아무 상관도 없는 불특정 다수에게로 향한다. 급기야는 학교 폭력이나 총기 사고로 이어지거나 지나치는 타인을 향한 의미없는 욕설과 폭력으로 번진다.

 

     사랑과 애정으로 애써 이룩한 행복한 관계가 이 순간적인 쓰레기의 퍼부음으로 인해 일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그 대신 살짝 웃으며, 그 자리를 피하자. 그 순간을 지나 잠깐 더 생각한 뒤에 대응하는 버릇을 기르자. ‘잉꼬’ 부부를 순서를 바꿔 발음하면 ‘꼬인’ 부부가 된다.  그야말로 아주 작은 노력이 큰 성과로 이어지고, 반대로 작은 실수가 큰 사고를 만든다.

 

    이맘 때가 되면 방학중이라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자녀들과의 관계가 조금은 쓰레기스러워질 때가 많다. 자녀의 그리 뛰어나지 않은 학교 성적, 그럼에도 공부는 지지리도 안하는 게으름, 볼 때마다 게임만 하는 것으로 보이는 못된 습관…. 하지만,  ‘쓰레기 트럭의 법칙’을 상기하며 조금 참고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자. 어깨를 토닥여 주며, 아이구 우리 아들 많이 컷네. 이제 마음도 쓰레기가 아닌 멋진 지혜와 지식으로 꽉차지겠지?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의 실상’이라 믿을만한 분이 이야기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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