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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명기 칼럼



'참 어른'과 '꼰대'

민명기 2019.10.15 20:56 조회 수 : 11

     거의 지난 20년간 교육 칼럼을 꽤 여러 군데의 미디어에 써 오다 보니, 뭘 써야 할 지 좀 소재가 궁색해 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가끔은 필자가 몇 년 전 이맘 때 다른 매체에 썼던 칼럼을 참조하고, 그 동안 변한 내용이 있으면 수정 첨가해 사용할 때도 있다. 이번 주에는 출석하는 교회의 존경하는 한 어르신이 순모임에서 들려 주신 인생의 지혜들을 떠올리며, 왜 성경이 “백발이 성성한 어른이 들어 오면 일어 서고, 나이든 어른을 보면 그를 공경하여라 (레 19:32)”라고 명령했는 지 를 소재로 써 볼까 하는 차에, 작년 시월 중순 다른 매체에 쓴 칼럼을 보니, 마음이 동해 약간의 수정을 가해 다시 들려 드린다:

 

      “지난 주일날 오후 NBC  텔레비젼의 선데이 나이트 풋볼 프로그램을 진행한 스포츠 캐스터들의 말마따나, 이 날 중계된 게임은 올 시즌 지금까지 벌어진 게임들 중 가장 풋볼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최고의 시청율을 기록한 빅게임이었다. 작년 수퍼볼 우승자이고 지금까지 19년간의 선수 생활 동안 5번의 수퍼볼 우승을 이끈 전설의 쿼터백 탐 브래디의 뉴 잉글랜드 패이트리엇츠와 올 해 혜성과 같이 등장한 신예 쿼터백 패트릭 마홈의 캔사스 시티 치프스의 대결은 정말 경기가 끝날 때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이 게임에서 23살의 신예와 41살의 노장의 대결을 보며, 필자의 나이에 더해 아들 녀석이 보스톤에서 살고 있기에 캔사스시티보다는 브래디의 팀에 심정적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여기에서, 몇 년전 시애틀과 수퍼볼 대결에서 시혹스를 얄밉게 물리친 뉴잉글랜드 팀에 대한 앙금을 뺀 손익결산서의 추가 패이트리어트에 기우는 것이 경기 내내 “와”, “어휴”의 대상이 누구인지를 보여 주었다.

 

     이제는 결코 젊었다할 수 없는 필자이니 청/노, 신예/정상, 패기/노련, 치고 올라오는 젊음/어딘가 기울어 가는 활력의 대결에서 후자와 공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에 조금은 씁쓸하지만 ‘그래도 지금껏 갈고 닦은 경험이 젊음의 패기만이야 못하랴’라며 본인의 어깨를 두드려 준다.

 

     그리 풋볼에 큰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 아내에게 물었다. 이런 저런 청/노 쿼터백들의 전쟁인데 당신 같으면 어느 팀을 응원 하겠소?” 아무런 주저함없이 돌아 오는 대답 “당연히 보스톤 팀이지요. 어제 저녁에도 느낀 일이지만, 노련미와 쌓인 지식이 젊은 아이들의 패기와 힘보다는 앞서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아내는 어제 저녁에 우리 부부가 참석했던 직장 보스의 80세 생일 축하연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내가 위스칸슨 대학에서 미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필자가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던 시애틀로 옮겨와, 유덥의 한 스타 과학자의 연구실에 박사후 과정으로 일자리를 얻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캘택에서 노벨상 후보로 촉망을 받던 ‘과학계의 록 스타’인 리로이 후드 박사를 스카웃해 유덥에 생물 공학과를 새로 창설한 바로 그 무렵이었다. 이제는 거의 4반세기가 지나고, 유덥에서 독립하여 시애틀 다운타운의 아마존 본사 맞은편에 계통 생물학 연구소를 설립한 이 연구소 소장님과 같이 긴 기간을 일하면서 아내가 존경하는 후드 박사의 산수연인지라 파티에는 별취미가 없는 필자도 두말없이 부부동반으로 참석했다. 시애틀 시내의 스페이스 니들 바로 밑에 위치한 유리 공예가 데일 치훌리의 박물관을 통채 전세내 열린 이 생일 잔치에는 가족을 비롯해 그 동안 그가 가르친 후배, 같이 일을 했던 동료 등 기라성같은 과학계의 별들이 박물관을 가득 메웠다.

 

     제자인 메이저 제약회사의 연구 책임자가 사회를 보고, 여러 방면에서 그를 알아 온 친지, 동료들이 연단에 올라 회고담을 나누었다. 그의 아들은 아버지가 디테일에 아주 약하다는 점을 재치있게 강조하며,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 주었다. 자신이 청소년기에 귀를 뚫고 귀걸이를 한 어느 저녁, 걱정이 된 어머니를 대동하고 아버지와 마주 앉았다. 어머니가 묻는다. “여보, 우리 애 달라 진 게 있는데, 뭔지 아시겠수?” 잠시 훓어보시더니, 대수롭지 않으나 확신에 차서 하시는 말씀, “아, 머리를 깍았구나. 멋있구나.” 몇 번의 시도를 거쳐 마침내 귀걸이에 이른 아버지 별 꾸지람 없이 “응, 귀걸이를 했구나. 좋아 보이네.” 토마스 에디슨이 자신의 이름을 잊어 버린 적이 있다는 일화가 상기되는 에피소드였다. 그리고 자주 다니시는 비지니스 여행 때마다 공항의 북스토어에서 항상 한, 두 권씩 산 사이언스 픽션이 집의 도서관을 꽉 채웠다는 일화는 일생 동안 과학계의 미래를 제시하며 연구와 강의에 집중해 온 한 과학자의 전형적인 이면을 보여 주는 것 같아 아주 흥미로웠다. 필자가 마음속에서 되뇌인 말, “흠, 우리 학생들 중에 이런 습관이나 성격의 아이가 있다면 당연히 과학 전공을 권해야 하겠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감동적이었던 내용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나이라면, 아니 훨씬 전에 은퇴를 생각할 터이지만, 자신은 앞으로 십년은 더 현역으로 일할 것이라고 선언하는 대목이었다. 현재의 미국인들의 평균 수명이 약 88세이고, 자신은 여전히 건강하고 열정이 있으니 90세까지는 끄떡없이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미국인의 예측 평균 수명을 보면, 신생아들의 예상 수명이 100세이고, 20대면 95세까지 살 가능성이 50% 이상, 60대라면 90세 이상까지 살 확율이 반 이상이라니, 뭘하며 의미 있게 여생을 살아야 지를 깊이 생각하게 되는 밤이었다. 아, 게임 결과는 노장인 브래디가 43:40 승”

 

     자! 이제 나이가 꽤 드셨더라도 꼰대로서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앞으로 90세, 100세까지 우리 자신도 보람 있고 건강한 삶을 즐길 뿐만 아니라, 우리 후세들과 세상에 무엇이라도 도움이 되는 ‘참 어른의 삶’을 살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 그런 의미에서, “노장 여러분 모두 함께 파이팅!” 참고로, 꼰대 6하 원칙을 소개하니 나이 드신 분들께서는 아래 분들을 대할 때 이리 말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란다: WHO(내가 누군지 알아), WHAT(뭘 안다고), WHERE(어딜 감히), WHEN(내가 왕년에), HOW(어떻게 나한테), WHY(내가 그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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