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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명기 칼럼



COVID-19 이후를 준비하자

민명기 2020.05.07 19:35 조회 수 : 171

     어제 오후 필자가 출석하는 교회의 한 집사님과 함께 커클랜드에 있는 에버그린 병원을 찾았다. 교회에서 성도들이 정성껏 모은 성금을 바탕으로 하고 식당을 운영하는 성도들이 힘을 보태 따뜻한 음식을 준비했다. 이것을 가지고 병원에서 수고하는 의료진을 위한 저녁 식사 배달을 나선 것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마스크를 쓰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어색했는데, 불현듯 마스크를 쓴다는 것은 옛 우리네 사당패들이 마당굿에서 쓴, 아니면 그리스의 극에 나오는 배우들이 쓰고 ‘다른 사람’의  역할 연기를 한 그 마스크가 생각 나서였다. 자신을 숨기고 다른 사람의 역할을 하기 위해 다른 인물의 ‘탈’을 만들어 쓰는 것이 ‘마스크’라는 말의 본래 용도였다. 권력자의 일탈을 희화하거나 대면하여 드러 내고 까발리지 못할 이야기들을 하기 위한 가면은 우리네 힘없는 보통 선조들의 카타르시스를 위한 도구였다. 나아가 마스크가 주는 익명성과 진면목을 가리려는 용도와 의도가 미국 서부 시대의 은행 강도들이 마스크를 쓰게 한 이유라는 점도 떠올라 쓴 미소를 마스크 속에서 지었다. 어떤 사물의 용도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선과 악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 드는 구나 라는 사념에 젖게 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마스크 뒤에서 나마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현재의 삶을 돌아 보는 일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도구인지를 또한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 분의 말마따나 가택 연금된 우리들 중의 다수는 사람이 그리워지는 지경에 다다른 것이다. 그 그리움은 아마도 사람들 사이의 대화라는 것이 우리네 삶에서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는 시발점이 되거나 서로의 소소한 걱정거리나 어떤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는 약간의 조언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장이라는 점에서 기인하는 것이리라. 자녀가 둘인 이 가정, 두 부모님이 모두 일을 하는 지라, 자녀 교육에 걱정이 많았었다. 바빠서 아이들에게 많이 신경써 주지 못하고 남들처럼 알뜰살뜰 보살피지 못함에 항상 미안한 마음이었단다. 아빠가 재택 근무를 하게 되어,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갖게 되어 좋았는데, 날짜가 자꾸 쌓여 지니 처음의 기쁨은 뒤로 밀리고 점점 초초해 지는 마음이 앞섬을 어쩔 수 없다는 고백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안 가고 집에서 지내며 느슨해진 생활 습관에 너무 익숙해져서 게을러지고 집중하는 자세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이러한 태도가 습관이 되고 새로운 생활 방식(new normal)로 자리 잡으면 고치기 힘들텐데 걱정입니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예년의 여름 방학처럼 10주나 되는 긴 기간이라도 카운트 다운을 할 수 있는 가을 학기 시작 날이 정해져 있으니 지낼 만 했다. 하지만 작금의 사정은 언제 터널의 끝이 보일지 확실한 시간표나 이정표가 없으니 부모님들의 걱정의 폭과 깊이가 점점 가늠할 수없이 늘어 난다. ‘앞으로 300미터 앞에 출구가 있음’과 같은 표지판이 없으니, 자신은 물론이지만 자녀들에게 뭐라고 확실하게 해 줄 말이 없으니 답답한 세상이다. 특히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기에 전례가 없어 어찌해야 할 지를 가늠할 지표가 없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하지만, 언제나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끼는 그 깨달음이 중요하고 그것이 시발점이 되어 해결책이 만들어 진다.

 

     이 경계의 시간에 분명한 한 가지는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다음 시간을 시작하는 출발선에 선 우리 자신의 그리고 우리 자녀의 준비 상태가 달라 진다는 점이다. 이 시간이 끝나고 다가 올 새로운 시작에 미리 대비하자. 새로운 뜀발질을 위한 준비 운동이 필요하다. 가진 자가 노력하기 더 좋은 때가 위기의 때이고, 이 시기가 끝나면 빈익빈 부익부를 절감하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명심하자. 이 시간의 본질을 깨달으려 노력하자. 우리는 지금 아주 지독한 전염성의 질환이 창궐하는 시간 속에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더불어 멀어진 거리를 좁히려는 마음의 노력이 더욱 절절한 시기이다. 이제는 하루 종일 얼굴을 맞대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마음을 더 열고 진정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가 가 보자. 자녀들은 시간을 정해 놓고 자신에게 맡겨진 공부를 성실히 해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 드리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준비하자. 어버이 날을 맞아 멀리 계신 부모님에게 전화를 더 진정으로 드리고, 자주 만나지 못하는 연인이 있다면 메세지나 카톡 보다는 손으로 쓴 편지를 시도해 보자. 스승의 날을 맞아 정원의 꽃 한 송이를 따 선생님 댁 문 앞에 가져다 드리자. 이렇게 보낸 시간들은 쌓여 이 팬더믹이 사라진 뒤, 우리 서로가 더욱 사랑하게 되는 씨가 되고 뿌리가 되어 튼실히 자라 귀한 열매를 맺는 나무처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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