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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명기 칼럼



버스 타고 세상 보기

민명기 2017.08.16 03:00 조회 수 : 142

타주로 대학을 가는 지니가 떠나기 전에 어머님과 함께 인사를 왔다. 어머니는 대견함과 걱정이 교차하는 그런 눈빛으로 딸의 손을 꼬옥 잡고 계시다. 여러가지 덕담과 격려가 오가는 중에 대학에 가면 새로운 도전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그것을 통해 많은 새롭고 귀한 것들을 경험하고 배우게 될 것이라는 진부한 조언을 곁들인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필자가 어제 겪은 일이 불현듯 떠오른다. “아니 이런 낭패가 있나” 차에 둔 서류를 꺼내 가지고 병원으로 다시 들어가려다 보니 차 속에 자동차 키를 두고 문을 잠갔다. 주치의와 만나 정기 검진을 받으러 유덥 병원의 가정 의학과가 있는 루즈벨트 길에 차를 세우고 병원에 올라갔다가, 잊어 버린 서류가 생각나 차로 돌아온 길이었다. 약속 시간이 거의 다되어 급한 마음에 서두르다 실수를 한 것이다. 일단 의사 선생과 만나 진찰을 받고 차로 내려오니 주차 미터가 거의 끝나 간다.

 

몇가지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본다. 병원 앞에서 손님들을 기다리는 택시를 이용해 집에 가 자동차의 키를 가지고 오는 방법이 있고, 두번째로는 전화기에 저장되어 있는 열쇄 따 주시는 분에게 전화를 해 보는 방법도 있고, 세번째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아내나 딸 아이에게 전화를 해 도움을 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가지 모두가 마뜩찮다. 비용도 만만찮고, 기다리는 시간도 쏠쏠찮을 테니 남의 도움을 빌지 않고 이 난국을 타개할 방법이 있는 지를 궁리한다. 우선 무인 주차권 판매기에서 맥시멈인 2시간치를 사서 주인의 마음도 모른채 무심히 파킹해 있는 차의 창문에 붙이고, 스마트 폰으로 버스 노선과 시간을 검색해 본다. 열 블락쯤 떨어진 곳에 유덥 캠퍼스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집으로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다. 그 버스 정류장에 5분쯤 후에 도착하는 버스가 있어 부지런히 걸어 도착하니 몇 분쯤 전에 버스가 떠난 거였다. 기다리며 오가는 버스들의 승강구에 붙은 안내문에서 버스 요금이 2불 25전인 것을 알아냈는데, 한가지 애석한 것은 정확한 금액을 내지 않으면 잔돈은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갑을 꺼내 살펴 보니 일불짜리 몇개가 있는데 동전은 하나도 없다. 꼼짝없이 3불을 내야하는 상황이다.

 

버스 시간표를 보니 30분만에 한 번씩 버스가 오는데, 한 10분쯤 기다리니 벌써 버스가 도착한다. 정해진 시간보다 한10여분이 늦은 것인지 아니면 더 일찍 온 것인지 일 수는 없으나 생각한 것보다 훨씬 일찍 온 버스에 기분 좋게 올라 탄다. 돈을 내고 버스표를 주길레, 받으들곤 용처를 물었다. 친절한 여자 운전 기사 아주머니 왈, 정해진 시간 안에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표란다. 대답하시며, 말은 안했지만 ‘뭐 이런 촌놈이 다 있나’하시는 얼굴이었다. 거의 자리가 빈 버스에 앉아 차창을 내다 보며 안도의 숨을 쉬다가 상념에 젖는다. 이게 얼마만인가, 버스를 타 보는 것이?” 미국에 처음와 차가 없을 적에 보통은 학교에 아내와 함께 걸어 다녔지만, 학교에 늦는 날은 버스를 타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얼마를 냈더라? 이십년도 더 지난 일이니 생각이 날리가 없다. 버스가 정차했다가 다시 출발할 때마다 기사 아주머니 몇번씩이나 백 미러를 보고 앞을 확인하느라 고생을 하신다. 내가 운전하고 다닐때는 정차했다 차도로 나오는 버스에게 길을 양보하면, 시야도 막히고 귀찮아 그냥 지나쳤는데, 내가 버스를 타보니 또 다른 시각이 생기는 것이었다. 또한,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유 빌리지나 35가 길은 지난 20년간 수도없이 지나쳐 운전해 다닌 길인데 전혀 새로운 길같다. 운전을 안하니 길가 집의 지붕들과 화단이 오밀조밀 참 예쁨을, 길가에 늘어선 가로수 잎파리들의 다양한 모양세까지 자세히 감상할 수가 있었다. 다른 손님들 눈치를 살피니 내리는 곳에 가까워오면, 좌석의 옆에 늘어진 줄을 잡아당겨 내린다는 신호를 보낸다.

 

거의 집에 다와서 나도 한 번 힘차게 정차신호를 보내고 의기양양하게 “땡큐”를 외치곤 내린다. 집에서 여벌 키를 가지고 다시 버스를 타기위해 기다리는데, 이번엔 정해진 시간보다 10여분이 늦는다. 역시 세상 일은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다. 좋은 일이 있으면 궂은 일도 생기는 법이니…. 우리 아이들도 낮선 대학에서 많은 새로운 것들을 경험할 것이다. 이것들을 통해 세상 사는 법을 배워갈 것이고, 재미도 느끼겠지하며 고개를 드니 저기만치 목적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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