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민명기 칼럼



잠시 전에 새해가 시작된 듯한데, 벌써 3월이다. 대학에 원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시니어 학생들의 마음 상태는, 거의 만삭이 되어 이제나 저제나 해산일을 기다리는 임산부의 마음과 견줄 수 있을 것같다. 오랫동안 공들이고 마음 졸이며 기다려온 것의 결과가 이제 곧 발표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쯤이 되면, 당연히 우리 부모님들의 마음도 산란해 지기 마련이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혹시 부모 때문에 우리 아이가 불합격하지나 않을까하는 염려가 생기기 때문인데, 그 중에 가장 그럴듯한 걱정이 다음의 세가지이다:

 

첫째, 우리가 아시아계라서 혹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둘째, 부모가 우리 아이가 지원한 대학 출신이 아니어서 그 대학 출신 부모를 가진 아이들에 비해 차별을 받지는 않을까?, 셋째로, 우리 부모가 대학 문턱을 밟아 보지 못해 자식들이 입학 사정에서 올바른 대접을 못 받는 것이 아닌가? 등의 우려가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이러한 걱정도 무리가 아닌 것이, 미국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제출하는 원서를 작성할 때 맞닥뜨리는 질문들 중에는 생각하기에 따라 벼라별 황당한 (?)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원자의 소셜 번호나 성별, 이메일 주소를 묻는 것은 그렇다 손치더라도, 지원자의 인종을 묻는 항목에서 '인종에 따라 어떤 차별이 있을 지'를 걱정하게 되는 가하면, 지원자의 부모님이나 가족이 지원하는 해당 대학 출신인지를 묻는 것에서는 '흠!, 이런 항목이 바로 레거시 (legacy, 지원자의 인척이 해당 대학 출신인 경우 입학 사정에서 가산점을 주는 제도) 때문이구먼'하시며 눈쌀을 찌푸리신다. 게다가, 부모님의 학력을 묻는 항목에 이르러서는'아니 내가 대학을 안가서 우리 아이에게 불이익을 주는 건 아닌가' 하는 괜한 걱정을 하시게도 된다. 정말 그럴까? 먼저, 인종이 대학 입학 사정에서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기로 한다. 초기에는 미국 대학의 입학 사정에서 합격을 결정하는 거의 유일한 요소는 학력이었다. 그러나 1900년대의 초반에 성적이 뛰어난 유태계 학생들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아이비 리그 대학을 포함하는 미국의 주류 대학들에서 학력 이외의 사항들을 입학 사정에 사용함으로서, 유태계의 명문대 진출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고, 이 결과로 사립대 입학 사정에서 종합 사정 (holistic or comprehensive review)의 전통이 시작되었다.

 

즉, 입학 사정에서 숫자로 비교할 수 있는 학력이나 시험 점수 이외에 리더쉽 능력이나 용모, 자질과 같은 쉽사리 계량할 수 없는 요소들을 점수화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사정을 하는 주체들의 주관적인 의도가 합격을 결정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고, 미국 사립 대학의 입학 사정에서는 이 전통이 아직도 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공립 대학의 입학 사정에서도 저소득층 출신이나 사회적으로 혜택받지 못한 가정 출신의 지원자들에게 대학 입학에서 혜택을 주기 위해 대입 사정에서 지원자 부모님의 학력을 고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수계 인종 출신의 지원자에게도 혜택을 주는 것이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라는 사회적 동의가 있어왔다. 이러한 공감대의 결과로서 20세기 중반부터 1990년 중반까지는 주립 대학들이 입학 사정에서 인종을 고려하는 것이 합법적이라는 affirmative action이 대학의 합격자 사정에서 사용되어 왔었다. 그러나 이러한 법안의 적용이 오히려 백인등을 포함하는 나머지 인종 학생들의 입학 기회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법안들이 1996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통과되고 워싱턴 주에서는 동일한 법안이 1996년에, 이어서 다른 주들에서 유사한 법안들이 통과되면서, 입학 사정에서 소수 인종을 배려하는 affirmative action을 적용하는 것이 불법으로 되었다.

 

이러한 경향으로 히스패닉이나 흑인등을 포함하는 소수계 인종 지원자들의 대입 문호가 급격히 줄어들자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 미시간 주립 대학, 그리고 워싱턴 주립 대학과 같은 명문 주립 대학들이 사립 대학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종합적 사정 방식을 채택하게 되었고, 현행의 주립대 입학 사정의 주된 틀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 아시아계, 특히 한인 지원자들은 이러한 소수 인종을 배려하는 입학 사정 방식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아시안계 학생들의 학력이 뛰어나 인종의 숫자로는 소수계임에 분명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혜택이 없이도 이미 많은 명문 대학에 진출한 아시아계 학생의 숫자가 인구수에 대비해 훨씬 많은 숫자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 어떤 학생들은 지원서에서 묻는 인종난에 자신이 아시아계임을 밝히지 않은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된 사항들에서 둘째 걱정 거리인 legacy 제도, 즉 해당 대학에 부모나 조부모, 또는 형제 자매가 재학했거나 하고 있다는 사항이 합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알아 보자.  2년전 발표된 하버드 교육 대학원의 한 졸업 논문에 의하면, 이 레가시 제도가 명문대 입학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에 생각되어 오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저자인 마이클 허위츠가 합격율이 10 퍼센트 주변의 30여 학교를 대상으로 행한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이 경쟁율이 치열한 명문 대학들에 지원한 졸업생 자녀들의 합격 가능성은 다른 조건이 같다고 볼 때, 평균적으로 보통 지원자보다 23 퍼센트 높은 합격율을 보였다고 하니 상당한 이점이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연구 결과가 남다른 것은 이전의 연구에서는 다루지 않은 사항, 즉 레가시 가운데서도 레가시의 종류에 따른 차별이 있는 지의 여부를 다루었다는 점에 있는데, 허위츠의 논문에 따르면, 부모님 중의 한 쪽이나 또는 양자가 해당 대학의 학부 졸업생일 경우가 다른 경우들 --조부모나 형제 자매 또는 먼친척, 또는 학부가 아닌 대학원 졸업자 등등--과 비교해 상당히 큰 차이의 영향력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령, 어떤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의 부모가 동 대학의 학부를 졸업했다면, 다른 보통 학생들에 비해 합격 가능성이 45퍼센트 이상 증가하는 반면, 이 레가시 지원자의 친척이나 형제가 동 대학의 학부를 나온 경우, 또는 동 대학의 대학원을 나온 경우에는 보통 지원자들에 비해 13 퍼센트 정도만의 이점을 보인다고 한다. 이러한 이점은 가진 자에게 떡 하나를 더 주는 격이니,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하는 제도임에 분명하다. 좋은 학교 나온 부모의 자식이 좋은 학교에 가도록 특혜를 주는 제도이니 부모가 그런 학교를 못 나온 아이들이 차별을 받는 격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해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비난을 함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가 사라질 수 없는 이유는 자명하다.

 

먼저, 졸업생과 그 가족을 우대하는 이유는 졸업생들로부터 받는 후원금이 많은 사립 대학들의 젖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제도는 애교심을 유발시키고 동문간의 유대 관계를 증진시키니 학교의 입장에서는 폐지하고 싶지 않음은 불문가지이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미국 사회의 명문가들이 명문대를 통해 형성되고, 이 명문대들은 명문가 자제들의 교류의 장이 되니 돈들여 학교 광고할 일이 무엇이랴? 이 제도는 대학마다 다르게 적용되는데, 예일 대학의 경우는 졸업생 자녀들을 타 대학들에 비해 많이 우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에 반해, 같은 아이비 리그 대학 중의 하나인 다트머스의 경우는 레가시 지원자에게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한편, 스탠포드의 입학 처장인 리챠드 쇼에 의하면, 스탠포드 대학에 지원해서 합격한 한 레가시 학생들의 경우는 타 학생들에 비해 학교 성적이나 시험 성적 또는 어려운 과목을 수강한 정도 등이 우수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레가시로 어떤 대학에 지원할 경우, 유덥의 Alumni Association Scholarship처럼 동문 우대 장학금을 수여하는 대학들이 상당수 있으니 이 역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세번째의 걱정거리는 타당한 것일까? 궁금해하실 독자들을 위해 답을 먼저 말하면, 대부분의 대학 입학 사정에서 지원자의 부모님이 대학을 다니지 않은 경우, 이 경력은 지원자의 합격에 오히려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한다.

 

다시말해, 지원자가 가족중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가정 출신이라면 (those who are applying to college as a first-generation student), 이 학생에게 입학 사정에서 가산점을 준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우리가 대학을 못가서 우리 아이가 대학 가는데 아무런 도움도 줄 수없어 너무 미안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되는구먼, 참, 오래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네" 하시며 기뻐하셔야 될 일이다. 통계를 살펴 보면, 이런 가정 출신의 학생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년에 전국 대학 입학자들 중에서 이런 가정 출신의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34%나 되었고, 우리 지역의 유덥의 경우도 전국 평균과 거의 비슷한 비율을 보인다. 아이비 리그 대학들인 다트머스의 경우 2009년에 전체 합격자의 14%인 310명의 퍼스트 제너레이션 지원자가 합격했고, 2012년에는 합격자의 10%를 차지했다. 하바드의 경우도 지난 10년간 거의 비슷한 비율인10%의 퍼스트 제너레이션 합격자를 배출한 바 있다. 이 "First Generation Students"가 어떤 학생들을 의미하는 지는 모든 대학에서 똑 같은 것은 아니고, 대학마다 조금은 다른 해석을 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이 규정을 "지원자의 양부모님이 대학의 문턱을 밟아 보지 못한 경우"를 말함에 반해, MIT의 경우는 그 규정을 좀 더 넓게 해석한다. 즉, MIT는 "지원자의 부모님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하니 부모님이 2년제 대학 출신이거나, 4년제 대학에 입학은 했지만 졸업은 하지 않은 경우는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범주에 속하는 지 아닌 지에 대해 확실하지 않은 경우에 각 대학의 입학처에 문의해 확실한 규정을 알아둘 필요가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규정의 목적이 경제 능력이나 학력 등이 좀 뒤진 가정들에 혜택을 줌으로서 평등한 사회의 구현에 뜻을 둔 것이니 바람직한 제도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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