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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명기 칼럼



인종 갈등 치유 하기

민명기 2019.08.21 10:18 조회 수 : 16

     길었던 여름 방학도 이제 막바지를 향해 치닫는다. 왠지 모르지만, 머릿 속에 ‘여름’, ‘막바지’ 또는 ‘치닫다’ 등의 단어를 떠 올리면, 거의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다. 1992년 8월 9일.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하계 올림픽. 대한민국의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 종목 경기에서 선두로 주 경기장으로 들어와 경기장의 트랙을 씩씩하게 달리는 장면. 뒤를 돌아 보고 다음 주자가 멀리 있음을 확인한 뒤 두 손을 들어 승리를 확인. 마지막 코스를 승자처럼 돈 뒤, 결승점을 통과. 바닥에 쓰러져 들 것에 실려 나갈 정도로 마지막 한 줌의 에너지 마저도 쇠진한 싸움. 그 몇 분전에, 경기의 막바지인 40킬로미터 지점 부근의 난코스인 몬주익 언덕에서 당시 간발의 차로 선두를 다투던 일본의 모리시타를 따돌리고 앞서 나가던 순간을 보며, 중계를 보며 앉아 있던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어 흔들며, “야~황영조’라고 외치던 그 장면의 기억을 어찌 지우겠는가?

 

     황영조 선수는 몇 년 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마지막 몇 킬로 미터 지점에서부터는 정말 너무 힘들어 선두를 양보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만약 일본 선수가 아닌 아프리카 선수와 마지막에서 경쟁을 했다면 아마도 견디지 못 했을 거라고 했다. 아프리카 출신의 선수들은 무표정하고 오래 뛴 상태에서도 호흡이 눈에 띄게 거칠어 지지 않기에 막판 겨루기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대인데, 같은 아시아 선수는 표정과 호흡에서 자신과 비슷하게 힘들어 하니 한 번 해보자라며 죽을 힘을 다했다는 고백이었다.

 

     1936년의 베를린 올림픽을 기억하며,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사건을 떠올리는 우리네 한국 사람들은 황 선수의 승리가 광복 이후 첫 올림픽 금메달인데가, 그 종목이 올림픽의 꽃이랄 수 있는 마라톤 종목이어서이기도 했지만, 솔직히 황영조 선수의 승리가 일본 선수와의 막판 경쟁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감동했었고, 그리고 작금의 냉냉한 한일 관계를 바라 보는 2019년 여름에는 특히 감동한다. 하지만, 황 선수 자신은 경쟁 선수가 일본인이어서 더 죽을 힘을 다 해 달렸다고 하지 않는다. 그의 고백: 정말 힘들었지만, 다른 생각보다 “ ‘내가 힘들면 너도 힘들겠지. 너라고 힘들겠냐' 생각으로 위안 삼으면서 계속 달린 거죠." 스포츠 인이 저급하고 술수로 가득찬 정치, 경제 논리에 오염되지 않고, 강인한 정신력과 진정한 땀으로 얼룩진 경쟁의 모습을 보여 주니 정말 어른스러워 보이지 않는가?

 

     요즘 한일 관계가 몬주익 언덕을 향해 치닫는 마라토너들의 필사적인 호흡만큼이나 거칠다. 작금의 세계 정치 상황,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느 다른 국가나 타 국민들의 안위에 대해서는 상관치 않는 무자격 지도자들의 범람이 ‘서로 사랑하며 더불어 사는 세계’라는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근본적인 인간 사회의 목표를 무식하고 순진한 사람들의 꿈인 양 취급하게 만든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미국민들을 갈라 놓고, 인종 갈등을 부추긴다. 일본에서는 아베 정권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을 문제 삼아 주요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함으로서, 한일간의 극한 대립을 야기하고 있고, 이 여파로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신경질적인 반일 감정을 이용해 정파의 이익을 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렇듯 세계의 이마를 주름 잡히게 하는 자국민, 동인종, 같은 색깔끼리, 우리 민족 끼리 등등의 유유상종 물결은 각국의 울타리를 넘어 범람하고 심각한 인종 갈등을 야기한다. 요즘 들어 미국의 도처에서 발생하는 인종 혐오 살인극의 주 요인은 바로 이러한 끼리끼리 사고 방식 때문이다. 가장 최근인 8월 초 텍사스의 엘 파소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의 주인공이 밝힌 이유는 이를 증명한다. 패트릭 크루시우스라는 21세의 백인 청년이 저지른 무차별 총격으로 22명이 숨지고, 24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건 직전에 범인은 반히스패닉, 반이민자에 대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사건 후에는 자신의 행위가 몇 달 전에 일어난 뉴질랜드의 크리스트처치 지역에 소재한 모스크에서 무슬림들을 공격한 사건의 연장선에 있고, 2011년 유럽에서 출간된 책자인 ‘The Great Replacement’의 내용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책은 유럽의 백인들이 무슬림 이민자들에 의해서 쫓겨나(대체되)고 있다는 주장을 편다.

 

     미국의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일부는 이러한 똑같은 현상이  미국 땅에서도 일어 나고 있고, 무슬림, 히스패닉 등의 이민자들에 의해 백인들이 몰려 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을 부추기는 식자들이 있고, 이에 부화뇌동하는 추종자들이 있는 한, 이러한 무차별 묻지마 살인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지난 역사 속에서 벌어진 일들을 단순한 감정의 차원에서 가르치기 보다는 역사의 교훈은 상기 시키되 용서와 관용의 지혜를 가르치는 것이 필요한 때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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