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민명기 칼럼



     요즘 한국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온갖 의혹이 연일 매스컴의 1면을 장식하고, 한국의 만사가 조국 문제를 중심으로 휘둘려 지고 있다는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해외에 나와 살고 있는 한인 동포들은 모두 한 마음으로 우리의 모국(조국이 아닌)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안정될 뿐만 아니라, 보다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원칙이 작동하는 나라로서 바로 서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본 교육 칼럼이 거창한 보수/진보 진영 논리의 옳고 그름을 다루는 자리도 아니고, 이런 저런 사계의 전문가들께서 이미 수다한 잡설로서 성토와 옹호를 하셨기에 미숙한 글을 하나 더 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이 의혹들의 첫번째 이슈 중의 하나인 조국 장관 자녀의 논문 저작권 문제나 커뮤니티 서비스나 인턴십 등이 교육에 관계되는 사안이라 필자도 간단히나마 한마디를 거들게 되었다.

 

     한 외고의 유학반에 재학중이던, 조씨가 2008년 방학 기간을 이용해 천안에 있는 단국대 의과학 연구소에서 2주간 인턴을 하며 실험에 참가하고, 그 결과로서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연구자들과 함께 논문을 대한 병리 학회에 제출했다. 이듬해 심사를 거쳐 대한 병리 학회지의 8월호에 실렸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고등학생이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가 되었다는 점이다. 과학자인 필자의 아내가 박사 학위를 마치고 지난 30년간 밤을 지새며 실험을 하고, 논문을 쓰면서도, 제1저자에 오르는 일이 쉽지 않음을 옆에서 지켜 본 필자의 눈에는, 이건 내편과 네편을 가르는 진영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잘못이다. 더구나 이 제1 저자의 경력이 대학에 입학하는 중요한 요소였다는 것은 부정 입학이외에 무슨 다른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 외에도 경력 증명서 등의 위조 등 이런 저런 부정 행위에 부모가 개입된 정황이 속속 드러 나고 있으니 참! 할 말은 많으나 이쯤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는 어떻게 부모들이 자식들의 명문 대학 입학을 위해 사술을 쓰는지 소개해 드린다.

 

     미국에서 대학에 입학하는 방법은 3가지가 있다. 정식으로 입학 허가를 받는 정문 입학, 기부금 등의 재력을 사용하는 뒷문 입학, 그리고 이번 조국 사건과 같이 서류나 경력을 위조해 입학하는 옆문 입학이 그것이다. 이 용어는 릭 싱어라는 칼리지 카운슬러가 사용해 유명해진 바 있다. 지난 3월 미국 연방 검찰은 캘리포니아의 대입 카운슬러인 릭 싱어가 명문대 입학을 원하지만, 능력이 안 되는 자녀를 둔 35명 이상의 학부모들로부터 모두 2천5백만 달러에 이르는 돈을 받아 챙긴 사건을 밝혀 내고 그를 재판에 회부했다. 일명 “Varsity Blues”라고 불리는 이 입시 부정 사건은 대학의 스포츠 팀 코치나 시험 감독관 등을 매수해 학생들을 운동 특기생이나 우수한 점수를 받은 학생으로 둔갑시켜 예일, 스탠포드, 남가주 대학등의 명문대에 입학시킨 것을 말한다. 이 사건은 미국의 명문대 입학이 점차 지극히 힘들어 지고, 뒷문 입학을 위한 돈의 액수나 줄이 부족한 사람들을 노린 사건이었다. 즉, 어중간한 재력가이면서 자녀들의 노력이 부족한 학부모들을 노린 비뚤어진 어른들의 머리에서 나온 부정 행위였다.

 

     이와는 달리, 새로운 형태의 뒷문 입학을 보여준 사례가 때 맞추어, 며칠 전 프로 퍼블리카라는 잡지에 실렸다. “어떻게 한 헤지 펀드 억만장자가 자신의 자녀들을 하나가 아닌 몇 군데의 명문대 입학을 돕기 위해 재력을 사용했나?”라는 기사는 우리 한국에서 벌어 지고 있는 상황과 일면 다르긴 하지만 많은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뒤흔든다.

 

     데이비드 쇼어라는 억만장자 헤지 펀드 회사의 사주는 컴퓨터를 파이낸스 분야에 사용해 예순 여덟에 73억 달러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사람이다. 이 사람의 투자 지론은 어느 한 곳에 집중 투자를 금하고, 유망한 몇 종목에 분산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투자 지론을 자녀의 대학 입학을 돕는 일에도 사용해 성공했다고 비튼 것이 이 기사의 주된 내용이다. 보통 자신의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돕기 위한 기부금을 내는 경우, 대부분 자신의 모교나 한, 두 군데의 다른 대학들의 대학 발전 오피스를 통해 상당한 액수의 기부금을 낸다. 그리고, 오해를 피하기 위해 그 시기는 자녀의 입학 시기보다 훨씬 전부터 미리 기부하는 것이 통례라고 한다. 그런데, 쇼어는 무려 일곱개의 대학에 자녀가 대학에 원서를 내기 2년 전부터 해마다 학교당 백만 달러씩을 4개 대학에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스탠포드), 50만 달러 씩을 컬럼비아와 브라운 대학에, 20만 달러를 MIT에 기부한 것으로 나타난다. 자신과 부인이 설립한 The Shaw Endowment Fund가 조성한 가족 기금을 통해 지금까지 이 대학들에 기부한 금액의 총계는 약 3천7백만 달러에 이른다.

 

     이 부부는 세 자녀를 두었는데, 모두 뉴욕의 명문 사립 고교인 호라스 만 고교 출신이거나 재학중이다. 특급의 개인 교사를 붙이는 등의 특별 관리로, 학력이나 과외 활동 경력만으로 따져도 명문대 정상 입학에 손색이 없다고 한다. 학력은 이 학교에서 상위 20%에 들고, PSAT 성적으로 전국에서 상위 1%에 들어야 선발되는 내셔날 메릿 결승 진출자에도 뽑히는 등 객관적으로 우수한 학력을 보인다고 한다. 물론 재력이나 부모의 커넥션을 이용한 과외 활동 경력은 우리네 서민의 부러움/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예를 들어, 큰 딸 레베카는 고교 시절에  학교내 폭력을 방지하는 리더십 네트워크를 설립했고, 주니어말 여름에 뉴욕의 큰 오디토리움에서 컨퍼런스를 주최하고 주연사 중의 하나로 연설을 했다. 다른 연사들의 면모를 보면, 시티 칼리지의 총장 (부모가 이 대학에 3백만불 기부), 토마스 만 고교의 교장 (이 고교에 3백 9십만불 기부), 당시 오마마 대통령의 특별 보좌관 (민주당의 거액 기부자) 등 화려하다. 이 가족의 막내는 9살 때, 어머니와 함께 동화책을 출판했는데, 삽화와 편집을 퓰리처 상 수상자인 줄르 파이퍼에게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맡긴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학력과 경력에도 명문대 입학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이 부부는 3천만 달러 이상을 분산 투자해 이미 두 자녀를 예일 대학에 입학하도록 도왔다 (첫째는 예일에 조기 전형으로, 둘째는 하버드와 스탠포드에서도 입학 허가를 받음). 비용이 비싸긴 하지만, 미국 대입에서는 합법적인 투자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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