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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명기 칼럼



COVID-19 시대에 11학년이 할 일: 1. AP

민명기 2020.05.07 13:28 조회 수 : 195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전례없이 다음 단계를 짐작할 수 없는 불확실한 하루 하루를 하릴없이 보내고 있다. 우리 인류가 쌓아 온 과학의 견고한 아성이 이제 거의 신의 영역에 맞닿을 수도 있다는 자만심에 가만히 속으로 또는 대놓고 쾌재를 부를 시점에 우리는 있지 않았었는가? 헌데, 갑자기 닥친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들의 침입으로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손을 놓고 하루 바삐 백신과 치료약이 개발되기만을 학수고대하는 고달픈 신세가 되어 버렸다. 그와는 달리, 대기는 하루가 달리 깨끗해지고 시애틀의 날씨는 전례없이 맑고 따뜻하니 이곳 저곳에 탐스럽게 핀 목련과 벗 꽃들이 우리네 심사와는 너무도 달리 흐드러지게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아마도 그 옛적, 하나님과 맞장이라도 뜰 듯 바벨탑을 쌓던 고대인들이 하나님의 노하심으로 언어가 서로 통하지 않게 되어 사분오열했던, 그 때 느끼게 되었던 속수무책의 심정이 지금과 같지 않았을까 어렴풋이나마 짐작을 하게 된다.

 

     시애틀 시민들의 10퍼센트는 이 근처의 별장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비교적 안락한 삶을 누리고, 대기업의 직장인들은 비교적 큰 걱정없이 이 상황을 재택 근무하며 지내고 있다지만, 그들 역시 그리 마음이 편하기만 하지도 않을터이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 있던지, 그래도 밥 굶지 않고 아이들 건강하며 이렇게 집에서 가족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상황을 감사하며 우리보다 좀 더 어려운 이들에게 마음을 쓰면 좋겠다. 스몰 비지니스를 운영하시는 분들은 요즘 벌지는 못하지만 내야하는 월세를 걱정하고, 시급으로 일하던 분들은 일자리에 다시 복귀할 때까지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야 함을 기억하자. 모든 분야에서 평안을 누리는 분들이 별로 없지만, 나름대로의 위치에서 자기 보다 조금 못한 분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노인과 저소득 계층의 가정에 식사를 무료로 배달하며, 자신의 시간을 쪼개 의료 기관 종사자들을 위해 마스크와 다른 개인 보호 장비들을 만들어 기부하는 따뜻한 마음을 나누자.

 

     교육의 문제로 돌아가 보면, 거의 모든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24/7집에 머물며 겪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와 문제들이 많을 것이다. 이들이 당면한 불확실한 현실로 인해 겪는 걱정에 대해 논하자면, 지금 현재 고등 학교의 주니어 (11학년) 학생에 비견할 학생들은 없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이제 좀 마음 잡고 공부해 대학에 원서를 제출할 때 좀 빛나는—아니면 조금이라도 향상된-- 성적을 제출하고 싶은 마음으로 결심하고 11학년 2학기를 맞은 아이들에게는 정말로 이번 사태는 “정말 하나님도 무심하시네!”를 내뱉게 하는 액운이다. 지난 3월과 4월의 SAT와 ACT 시험을 몇 달 전부터 열심히 준비해 온 주니어들의 노력을 산산히 짓밟아 놓은 것도 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침략이다. 대놓고 저주를 퍼부을 수도 없이 보이지 않는 (invisible) 그렇지만 이기기 힘든 (invincible) 적이니 참으로 답답하다고 입을 모아 불평을 쏘아 내던 주니어 녀석들, 이제는 계속 이어지는 취소와 불확실한 미래의 일정이 길어 지자 아예 체념을 한다.

 

     이런 와중에 우리 지역의 유덥을 포함한 몇몇 대학들은 올 주니어들이 대학에 지원하는 내년도 입시에서는 ACT 나 SAT와 같은 표준 학력 고사 성적의 제출을 의무화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자세한 설명이 없으니 어찌 대응해야 할 지 모호한 것은 아직도 마찬가지이다. 이 바이러스 사태가 있기 전에도 명문 시카고 대학이나 웨슬리언 대학 등 거의 천 백 여 군데의 대학들이 이 시험들을 필수로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점수를 제출하면 감안한다는 ‘Test Optional Policy’를 사용했다. 이 제도하에서는 이 점수들을 꼭 낼 필요는 없지만, 제출하면 학생의 능력을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로서 입학 사정에서 사용할 것이니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정책이니, 아직 시험을 보지 못했거나 점수가 모자란 학생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지 않는 발표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시험을 볼 기회가 있었으면 노력해 점수를 올릴 수 있을텐데, 그 기회조차 박탈 당했다는 상실감을 느끼는 11학년 학생들이 꽤 많다는 말이다. 물론 이 시험을 주관 하는 기관들은 상황이 개선되는 대로 되도록 시험을 시행하겠다고 공언하고는 있으니 좀 더 추이를 살펴 보아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이 시험 뿐만이 아니라, 대학의 입학 원서 제출과 마감일, 사정 방식의 변화 등, 우리 주니어 학생들과 부모님들의 걱정은 점점 깊어만 간다. 이를 조금이라도 해소하는데 도움을 드리기 위해 이번 주부터 본 칼럼은 주니어 학생들이 당면했거나 앞으로 닥칠 수도 있는 상황들에 대한 조언을 하는 시리즈를 진행할 예정이니 참조하시기 바란다.

 

     먼저 오는 5월에 실시될 AP 시험이 예전과 어떻게 다르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서 소개해 드린다. 예년에는 5월 첫 두 주간 실시되는 것이 정례였으나 올 해는 한 주 늦게 5월 둘째 주 월요일에 첫 시험이 주어진다. 즉, 워싱턴 주에서는 5월 11일 월요일 아침 9시에 (시차를 고려해서 하와이는 6시, 보스톤은 12시) 첫 시험인  AP 물리 C 시험이 시작되고, 마지막으로 5월 22일 금요일에 스페니쉬 언어와 문화가 1시에 치뤄진다. 이 시험 기간동안 참가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학생은 보충 시험일인 6월 첫 주에 시험을 보면 된다.

 

     이  번에 치르는 시험의 가장 큰 다른 점은 이 시험을 학생들이 특정 장소에 모여서 치르는 것이 아니라 각 학생이 집에서 개인적으로 치른다는 것이다. 거리 두기의 범위가 참 넓다. 벌써부터 한국의 지인들이 묻는 질문들은 혹시 정직한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시험 체계가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이다. 그렇다. 별 방지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되는데, 단 두가지의 예방책이 있다: 첫 째는 수험생의 양심이다. 둘 째는, 이 시험을 치루면, 전문가들의 채점을 거쳐, 그 채점된 시험지가 해당 학생의 지도 교사에게 보내 지고 이 분들이 정당성을 한 번 확인한다는 정도이다. 즉, 원래 교실에서는 아주 잼뱅이었는데, 갑자기 시험에서 완벽한 답안을 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음주에 더 자세한 문제들을 짚어 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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